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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치민시에서 만나는 프랑스 식민지 건축과 전쟁의 기억, 그리고 벤탄 시장의 활기

treveltoday 2025. 7. 10. 14:09

벤탄시장 야경



베트남 최대 도시 호치민시는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도시 중 하나로, 과거 프랑스 식민지 시기의 건축물과 베트남 전쟁의 흔적, 그리고 활기 넘치는 시장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다. 특히 노트르담 대성당, 중앙우체국, 오페라하우스 등은 유럽풍의 정교한 외관을 간직한 채 도심 곳곳에 자리잡고 있으며,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현대사의 아픈 기억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벤탄 시장은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대표적인 상점 거리로서 다양한 음식, 기념품, 사람들의 열기가 끊이지 않는다. 본문에서는 이 세 장소를 중심으로 하루 만에 호치민시의 역사와 문화, 생활을 모두 체험할 수 있는 여행 코스를 소개한다.

역사와 현재가 맞닿은 도시, 호치민의 시간 속을 걷다

호치민시는 베트남 남부에 위치한 최대 도시로, 경제적 중심지이자 문화적 다양성이 풍부한 도시다. 예전에는 사이공(Saigon)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으며, 프랑스 식민지 시대를 거치며 유럽의 영향을 짙게 받은 지역이다. 지금은 현대적 고층 건물과 베트남 전통이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짧은 여행 일정 속에서도 다양한 시대의 흔적을 경험할 수 있는 곳이다.

이 도시의 중심에는 19세기 말 프랑스가 남긴 건축물들이 여전히 건재하다. 대표적으로 노트르담 대성당은 프랑스 파리의 그것을 축소한 듯한 외형을 지니고 있으며, 붉은 벽돌 외벽과 쌍탑 구조는 고풍스러움 그 자체이다. 바로 맞은편에 있는 중앙우체국은 구스타브 에펠이 설계한 것으로 전해지며, 그 내부는 클래식한 아치형 천장과 목조 창구로 구성되어 있어 마치 유럽 기차역에 들어선 듯한 인상을 준다. 오페라하우스는 백색의 장식미와 곡선 구조가 돋보이는 문화예술 공간으로, 외관만으로도 여행객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호치민시는 단순한 과거의 향수에 머무르지 않는다.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 전쟁박물관은 베트남 전쟁의 비극과 상처를 고스란히 전시하고 있다. 이곳에서는 전쟁 당시의 사진, 무기, 고문 도구, 생존자 인터뷰 등이 공개되어 있으며, 일부 전시는 매우 사실적이기에 감정적으로 준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이러한 체험은 호치민이라는 도시가 겪은 시대적 고통과 회복의 과정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인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벤탄 시장은 호치민의 생활문화와 사람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핵심 공간이다. 각종 열대과일, 현지 요리, 기념품, 의류와 액세서리까지 없는 게 없을 만큼 다양한 품목이 판매되고 있으며, 흥정 문화 또한 호치민 여행의 독특한 재미 중 하나다. 시장 한복판을 걷다 보면 음식 냄새, 사람들의 말소리, 끊임없이 오가는 오토바이까지 베트남의 생동감을 피부로 느낄 수 있다.

 

호치민 도심 탐방 코스: 고풍, 비극, 그리고 활기

호치민시에서 하루 일정을 계획한다면, 도심을 중심으로 프랑스 식민지 건축물, 전쟁박물관, 벤탄 시장을 순차적으로 둘러보는 코스를 추천한다. 이 코스는 역사적, 문화적 깊이뿐 아니라 실질적인 도시 체험이 가능해 단기 체류자에게도 적합하다.

아침 일찍은 노트르담 대성당에서 일정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이른 시간대는 성당 앞 광장이 비교적 한산해 사진 촬영이나 고요한 분위기 속 산책에 제격이다. 현재는 개보수 중이지만 외부 관람은 가능하며, 주변에는 사진작가들이 웨딩 촬영을 하는 모습도 흔히 볼 수 있어 도시의 일상적인 풍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바로 맞은편의 중앙우체국을 방문한다. 이곳은 단순한 관람을 넘어서, 직접 엽서를 작성해 국제우편으로 보내는 여행자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오래된 목재 창구와 베트남 지도 벽화가 아름답게 어우러져 있어 천천히 둘러보며 여유를 만끽하기 좋다.

정오 무렵에는 전쟁박물관으로 이동한다. 이곳은 총 3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전쟁 당시 사용된 무기, 미군 전차, 헬리콥터 등이 야외에 전시되어 있다. 내부 전시관에서는 고엽제 피해자 사진, 전쟁 관련 기사 스크랩, 기자들의 기록 등이 진열되어 있는데, 이는 단순히 한 국가의 역사적 사건을 넘어서 전쟁의 본질에 대해 깊은 성찰을 이끌어낸다. 감정적으로 무거울 수 있으나 반드시 방문할 가치가 있는 공간이다.

오후에는 벤탄 시장으로 발걸음을 옮기면 된다. 시장은 실내외로 나뉘며, 기념품, 의류, 향신료, 과일, 길거리 음식 등 베트남의 생활과 먹거리를 폭넓게 경험할 수 있다. 특히 ‘반쎄오’, ‘분짜’, ‘짜조’ 등 다양한 로컬 푸드를 저렴하게 즐길 수 있어, 점심과 저녁을 겸한 식사를 하기에 매우 적절하다. 흥정은 이곳의 중요한 문화 중 하나로, 웃으며 가격을 조율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여행 경험으로 남는다.

이 일정을 마친 후 저녁에는 오페라하우스 주변의 루프탑 바나, 사이공 강을 따라 이어지는 나이트 마켓을 함께 둘러보면 호치민의 야경과 도시의 낭만적인 면모도 함께 즐길 수 있다.

 

호치민, 한 도시 속 다양한 시대를 마주하다

호치민시는 과거와 현재, 고통과 회복, 고요함과 역동성이 절묘하게 혼재된 도시다. 프랑스 식민지 시대의 건축물은 이 도시의 우아함과 정교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때 외세의 지배를 받았던 과거를 되새기게 한다. 전쟁박물관은 베트남의 현대사를 이해하는 데 있어 중요한 통로이며, 잊지 말아야 할 인간의 비극을 생생하게 증언하고 있다. 그리고 벤탄 시장은 그 모든 것을 넘어선 지금 이 도시가 어떻게 살아 숨 쉬고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단 하루의 일정이지만 이 세 공간을 차례로 경험하는 것은 호치민이라는 도시의 다면적 성격을 가장 강렬하게 체험할 수 있는 여정이라 할 수 있다. 단순히 명소를 찍는 관광이 아니라, 도시의 서사와 정서를 오롯이 느끼는 여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호치민은 베트남의 발전 속도와 역동성을 함께 품고 있는 도시로, 단기 여행지로도 풍성한 경험을 선사한다.

만약 베트남 남부 여행을 고민하고 있다면, 호치민에서의 하루는 단순한 체류가 아니라 기억에 남을 깊은 여정이 될 것이다.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삶이 교차하는 이 도시에서, 당신만의 의미 있는 장면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